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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17 행성 사냥꾼 II. 여성 사냥꾼-번역
- 2012.07.14 행성 사냥꾼(The Interplanetary Hunter ) I장. The Ark-번역 1
- 2012.07.14 Robert Louis Stevenson [The House of Eld.] 번역
글
Arthur K. Barnes의 The Interplanetary Hunter 번역.
'행성 사냥꾼'으로 익숙한 작품입니다. 애매하긴 한데 그 이상가는 제목을 붙이기 힘들어서 그냥 그걸로 갑니다.
-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라 번역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 출판물이 나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그만둡니다.
- 번역이 완성되면 배포본을 만들 예정이니 이걸 퍼가지 맙시다. 불완전한 것이 돌아다니면 안됩니다.
CHAPTER II. 여성 사냥꾼
게리 칼라일은 단호한 행동력을 지닌 여성이었다.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그녀는 주둔지에 도착하자마자 날카롭게 외쳤다. “지구가 금성과 가까워진 상황이고, 그 기간 안에 가능한 빨리 떠날 준비를 마치고 싶어요. 우주를 싸돌아다니느라 애써 잡은 진귀한 동물들이 지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하데스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걸 원치 않아요. 스트라이크 씨 이의가 없다면, 당장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죠.”
스트라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골치 아픈 젊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구는가 하면 금새 오만하고 권위적으로 변한다.
“그러죠.” 그는 동의했다. “곧 오겠습니다.”
그는 금속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계단참의 난간에 매달려 있던 로이 랜섬의 수염 난 풍선 같은 얼굴이 놀라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스트라이크는 초소형 쌍방향 라디오를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랜섬이 라디오 광선을 보내줄 겁니다. 우리가 직선노선에서 빗나가는 일이 생기면 알려달라고 일러뒀지요. 이것이 어디까지고 안개로 덮인 이곳을 지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는 외짝 이어폰을 조정한 후, 송수신기를 넓은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에는 일행 모두의 콧구멍 속에 방향성의 끈적거리는 물질을 바르게 했다.
“살균제입니다.” 그가 웃었다. “이 행성에 사는 위험한 동물들이 지닌 수백의 해로운 세균은 지구인쯤은 스무 시간 안에 쓰러뜨려버리지요. 예방조치는 마친 것 같군요. 그럼 출발할까요? 제게는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 당신들에게 경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가능한 조용히 움직여주세요.”
“잠깐만요.” 게리 칼라일의 차가운 목소리가 별안간 끼어들었다. “두 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군요. 첫째로, 내가 이 탐사대의 유일한 대장이니 내가 출발을 명해야 한다는 거죠.” 그녀는 차갑지만 예쁘게 웃었다. “불만은 없겠죠. 물론. 스트라이크 씨. 이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오해를 없애려는 거니까.
둘째로, 이 탐사의 최우선 목적은 한 마리 혹은 그 이상의 머리를 산채로 잡아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다른 흥미있는 종을 만나면 물론 그것도 잡을 겁니다. 하지만 머리가 우리들의 진짜 목적이라고요.”
그녀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기라도 바란 듯 주변을 도전적으로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기대는 엇나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는 계단참의 랜섬과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때 그가 지은 뒤틀린 미소는 게리 칼라일의 성질에 불을 붙였다.
“머리에 무슨 이상한 점이 있길 래 저러죠? 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게 금성이고 지구고 간에 내 동료들조차 머리를 입에 담기만 하면 다들 얼굴을 찌푸리면서 주제를 돌리려 하더군요. 왜죠?”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칼라일의 무리가 이동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았다. 그들이 신은 장화는 쩔그럭 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윽고 스트라이크가 답해 주었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당신들이 절대로 살아있는 머리를 데려가지 못할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내 말을 듣지 않겠죠. 그 이유를 말해준다면 칼라일양. 나는…”
“왜 안 되죠? 그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것들의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에게 치명적인가요?”
“어, 아니죠.”
“그것들이 희귀하거나 부끄러움이 많아서 찾기 힘든가요?”
“아뇨, 당신이 떠나기 전에 몇 마리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것들이 너무 섬세해서 여행을 견디지 못한 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우리에겐 이곳의 생활 환경을 정확하게 복제할 수 있는 공간이 셋 있어요.”
“아뇨 그런게 문제가 아닙니다.” 무역업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도대체 뭐죠?” 그녀가 외친다. “왜 다들 회피하거나 숨기는 거죠? 내가 전에 탐험가 클럽에서 만난 행크 로저처럼 구는 군요.
“그자는 얼마전 이곳에 머리의 표본을 얻겠다고 왔지요.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말하기를 거부하더군요. 뭔가를 부끄러워하는 것 같이 굴었어요. 이게 다 뭐죠?”
토미 스트라이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칼라일 양. 그저 당신 스스로 알아내는 수 밖에요.”
탐사대는 안개속을 뚫고 나가는 동안 불평불만을 해댔다. 방주에 남은 승무원 여섯은 그 것이 상대적으로 편한 일이라는 데 놀라겠지.
금성 표면은 어마어마한 물 때문에 풍성한 밀림을 이루고 있을 거라 여겨졌다. 거기엔 부족한 태양 빛을 받아들이기 적합한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았다. 안개의 장막을 뚫고 자라는 수백그루의 나무들은, 넓은 칼날 모양의 잎을 넓게 펼치고 산란된 태양광을 모아들였다.
덤불 숲-가지가 제멋대로 얽히고, 선인장처럼 유독한 가시를 지닌 관목과 담갈색 꽃이피는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엄청난 향과 냄새를 뿜어내고 있는-은 기하학적 질서를 지니고 있어 이온 나무에 의해 희석된 태양광을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었다.
“이 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입니다.” 스트라이크가 설명했다. “안에 들어가서 라디오 광선을 놓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수렁을 만나면 돌아가야 할 거고 신호를 놓치지 않게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스트라이크와 게리 칼라일이 이끄는 탐사대는 기지에서 채 5분도 가지 않았을 때였다. 툴툴거리고 캑캑거리는 수천마리 돼지들의 식사시간 끔찍한 소음이 정적을 깨버렸다. 간헐적으로 꾸르륵 거리는 그 소음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별안간 멈추었고 이내 미끄러지고 철벅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탐사대 전체가 생소한 전기 폭풍 때문에 즉각 멈춰 섰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리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무역업자는 싱긋 웃었다. “삽 주둥이입니다.” 그가 설명했다. “엄청 위험한 놈은 아니에요.”
게리 칼라일은 그의 가이드를 흘끗 보고는 그가 암시하는 바를 알아챘다. “사실상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기를 즐깁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뭔가 흥미로운 것 에, 그러니까 문명 같은 것을 발견할 수도 있거든요.”
스트라이크는 싱긋 웃으면서 조그만 가시 같은 것을 흥분으로 들끓는 무리 사이로 찔어 넣었고 칼라일의 무리가 정해진 길로 무리 없이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한 남자에게 부피가 큰 짐은 내버려두라고 사무적으로 지시했다. 두 정 이상 가져온 음극선 총, 소형 기관포 그 외에 비상시를 대비해 무역업자가 가져온 소형 권총 등이었다.
게리를 포함한 다른 두 사람은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식 라이플을 골랐다. 배로우는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앨런.” 게리가 딱딱하게 말했다. “자네는 왼쪽으로 돌아. 크랜즈는 오른 쪽으로 가고. 언제나처럼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발포하지 않도록 해. 생물 표본이 달아나는 건 막아야 하니까. 3분 내로 제 위치에 도착하도록.”
두 사람의 척후병은 스트라이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잠깐만!”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돌아오시오. 누구도 내 시야에서 벗어나서는 안 돼요! 그러다간 영원히 미아가 되기 십상입니다. 소리는 멀리까지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미숙련자가 이런 안개 속에서 소리로 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요.”
게리 칼라일은 분노로 눈을 꿈틀대며 명령을 철회하였다. 그리하여 계획을 바꿔 두 사람의 척후병을 본대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에 남겨 두기로 했다.
스트라이크의 생각에 칼라일 양의 조수들은 기계장치 꼭두각시처럼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재미없는 무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뭔가 멋진 것을 대장이 없을 때 찾아낸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탐사대가 군대라도 되는 듯 탐색을 위해 산개하는 것을 보고서야, 토미 스트라이크도 그처럼 효율적인 움직임을 본 일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하나가 아님이 분명한 기괴한 소리에 정적이 깨졌다. 지팡이가 딸깍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발뒤꿈치에 마구 짓밟히는 곰팡이 소리도 아니었다. 늪지가 빨아들이는 소리조차 사라졌다. 60초 쯤 흐르고 좀 더 분명하게 서서 볼 수 있게 되자 직업적인 호기심은 깨지고 말았다. 삽 주둥이였다.
그 생물은 한 번 볼 만 했다. 50에서 20개의 넓적한 발에, 세 쌍의 강해보이는 구부린 다리 끝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주걱 모양의 원반이 달려있었다. 그것은 빽빽하고 짙은 회색 물질 뒤에 숨어서 빛을 받아 둔탁하게 광채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모양을 한 것은 그 생물의 머리였다. 끝이 점점 가늘어 지는 대신에 넓어지고 있는 그 거대한 코는 끝에서 끝까지 거의 몇 피트는 되어 보였다. 땅에 바짝 붙은 납작한 모습은 마치 진공청소기의 부품 같아 보여 우스웠다.
삽 주둥이는 탐사대를 흐리멍덩한 눈으로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머리를 늘어뜨리고 뒤뚱거리며 앞을 가로질러갔다. 그것은 입을 쟁기 삼아 넓고 얕은 밭고랑을 만들며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진균류, 땅에 붙어 자라는 관목, 나뭇가지 심지어 진흙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초식동물입니다.” 스트라이크가 중얼 거렸다. “주로 진균류를 먹고 자랍니다. 허나 저 생물은 너무 많이 먹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먹는데 소비합니다. 저 입으로 모든 걸 먹을 수 있지요.”
명백히 그 동물은 식사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술취한 농부가 쟁기질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게리가 신호하자 그녀의 승무원들은 마치 군인처럼 움직여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그 생물의 사각으로 몰래 다가가 그 기묘한 라이플을 부드럽게 겨눴다. 삽 주둥이의 다리 쪽이었다.
펑! 상처 입은 짐승은 비틀거리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먹는 일로 되돌아갔다. 20초쯤 지나자 현기증이라도 걸린 듯 비틀 거리더니 땅으로 쓰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이와 같이-모든 것이 간결하고 효과적이며 요란스럽지 않았다. 토미 스트라이크에겐 김빠지는 일이었다.
“실망이군요.” 그는 회한에 차서 말했다. “엄청난 전투와 소동을 기대했는데. 우리 중에 하나나 둘 아니 절반쯤은 죽을 줄 알았어요. 영화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씨가 게리 칼라일을 죽음의 찰나에서 영웅처럼 구출하고 말이죠?” 그녀의 미소에 무역업자는 움찔하고 말았다. “미안해요 하지만 일이란 말입니다. 스트라이크씨. 그러니까 신중하게 사리 분별을 가지고 행동해야 내 승무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위험한 일을 찾아 고향을 등졌어요. 위험을 무릅쓰는 그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아니에요. 소동이나 모험을 겪게 되는 것은 우리 중 누군가 실수했을 때 뿐입니다. 칼라일의 탐사대는 거의 실수하지 않습니다.”
게리 칼라일의 오만하고 독단적인 발언에 스트라이크는 따지는 것을 포기했다. “추정하건데 당신의 라이플에는 일종의 마취탄이 들어있는 것 같군요. 내 생각이지만 당신네들은 뭔가 더 과학적으로 발전된 무기를 쓸 것 같았어요. 그건 그러니까 원시적인 종류로 보이는 군요.”
게리가 웃었다.
“알겠어요. 마취 가스가 궁금한 모양이군요. 혹은 새로운 마비 광선이라든지. 그러니까 그런 수많은 발명품들은 실험실에서만 잘 돌아간다고요. 현장에서는 뻗어버리죠.
마비 광선이라는 건 그냥 장난감이에요. 전적으로 실용성이 없거든요. 각각의 동물마다 제압하는데 필요한 광선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우린 일하면서 실험하는 바보 같은 짓은 거의 하지 않아요.
너무 심한 충격을 가하면 치명적일 수도 있고요. 마취 가스 이야기라면, 그건 사냥꾼들이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하거든요. 게다가 기절시키는 것과 죽이는 것을 가르는 적당한 투여량을 조절하는 것도 어려워요.”
스트라이크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돌렸을 때 그의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가 그녀와 대화하는 동안에, 탐사대가 굳어버린 읽은 삽 주둥이를 방주를 향해 운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푸른색의 넓은 금속밴드가 그것의 다리와 목 주변을 구속하고 있었다. 그것을 승무원 두세명이 그 거대한 몸체의 밑으로 들어가서 둘러싸더니 그것을 밀어서 옮기려 했다.
각 부분을 끌고 있는 금속선은 한군데서 뻗어 나와 있었다. 그것은 전면에 다이얼이 두 개 붙은 배터리 상자와 흡사한 작은 상자 같은 물체였다. 금속장치의 스위치를 돌려 전원을 공급하자 육중한 삽 주둥이의 몸체가 서서히 지면에서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괴기한 장난감 풍선처럼 공기 중에 매달려있었다. 그것을 우주선으로 끌고 돌아가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반중력입니다.” 게리가 설명했다. “금속선에 연결한 하나 이상의 물체에 가해지는 중력을 약화 시킬 수 있어요. 자석의 반발력 같은 거죠. 지면에서 떠오른 물체는 동물과 함께 쉽게 옮길 수 있어요.”
장비를 운반하는 이들은 삽 주둥이의 허리를 밧줄로 대충 묶은 다음 사냥무리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게리 칼라일이 말했다. “우리가 안개 속에서 갑작스럽게 뭔가와 맞닥뜨리게 되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전파 망원경으로, 배로우군…”
배로우가 즉시 꺼내든 장치는 스트라이크가 이제껏 보지 못한 흥미로운 것이었다. 그것은 신식 휴대용 원심력 추진장치였다. 그것은 한 사람이 들 수 있을 만한 크기였는데, 관찰자는 긴 유리관을 잡게 되어있었다.
그것의 전면에는 광자로 덮인 볼록렌즈가 붙어있었고 그것은 모든 종류의 빛이 뿜어내는 전자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자외선이나 적외선까지도.
관에 들어온 극미량의 빛은, 세 장의 정전기 판을 연달아 통과하면서 선명해진 후에, 다음 영역을 지나면서 확대되었다. 뒷부분의 관은 빛나는 스크린에 연결되어있었고 영상을 재생하고 있었다. 꼬마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상은 안개 속에서 시선이 미치는 범위를 터널을 통해 보고 있는 것처럼 보여줬다.
기지를 지키고 있는 랜섬과의 접속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는 말참견이라도 하는 듯 광선을 천천히 조정했고, 스트라이크는 탐사대를 옆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망원경에는 보통은 잘 보이지 않는 작고 잘 놀라는 작은 생명체들이 보였다. 도마뱀이 기는 모습이나, 게 모양을 한 것, 심지어 금성 원주민으로 보이는 비늘달린 인간형의 생물도 둘 셋쯤 보였다. 그들은 뿌루퉁한 표정으로 안개 속을 조용하게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들의 생선 같은 얼굴은 그다지 똑똑해보이진 않았다.
스트라이크와 게리는 망원경 속에 가득보이는 생명체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진짜 위험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예고도 없이 왼쪽으로부터 대기를 가득 메운 뭔가가 돌진하는 소리와 함께 회색 공 같은 것이 굴러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일행의 바로 앞을 가로질러가더니-빙글 빙글 돌면서 통통한 섬모 같은 것을 사방팔방으로 뿌려대었다-별안간 멈추었다.
작은 숲의 나뭇가지들은 낯선 소동의 원인을 찾으려는 듯 미묘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 놀랄 만한 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칼라일의 탐사대를 향해 돌진해왔다.
사냥꾼들은 펄쩍 뛰어서 굴러오는 거대한 물체를 피했다. 그것은 몇 야드 떨어진 곳에 멈춰서 섬모를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게리는 주사탄을 장전했지만 번질거리는 갑주 같은 외골격을 뚫는 것은 무리였다.
“담륜충입니다” 스트라이크가 빠르게 외쳤다. “지구의 미생물과 같은 겁니다, 육지에 적응하다 보니 수많은 시간동안 거대화 된 거죠. 금성은 거대한 수조와 같은데다 그게 일회성도 아니니까요. 지구의 많은 생명체들도 원래는 물속에서 살면서 진화해온…”
그가 담륜충에게 다가가자 그것은 꾸르륵 거리기 시작했다. “저것들도 꽤 쓸모가 있답니다. 저들은 반쯤 감춰진 입으로 닿는 것은 모조리 먹어치운답니다. 이 행성의 청소부인 셈이죠. 우린 저것들을 금성의 대머리 수리라 부른답니다.”
그 눈먼 생물이 걸신들인 듯 먹이를 찾아 그들을 덮치는 통에 탐사대는 세 번째로 흩어지고 말았다. 배로우는 애원하는 눈으로 그들의 대장을 쳐다보았다.
“저것들도 쓸모가 있겠죠.” 부조종사가 인정했다. “하지만 저 꼬맹이 덕분에 우리 시간이 꽤 지체 될 겁니다.”
그것이 현실이었기에 담륜충에게 음극선을 발사했다. 그 결과 그 일종의 원형질 생물의 군집이 놀라서 질러대는 날카로운 비명은, 상처 입은 말의 절규와 같이 대기를 찢고 상공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구르는 모습은 금성에서 나는 모든 척추동물들에게 엄청나게 큰 위협을 느끼게 했다.
50 피트가 넘는 괴물이 안개를 뚫고 솟아 올랐다. 육중한 두 다리로 서있는 모습은 지구에서는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연상시켰다. 짤막한 앞발에는 소름 끼칠 만큼 치명적인 발톱이 달려있다. 머리는 길고 납작한 늑대의 주둥이를 닮았고 큰 귀에 침이 흘러내리는 이빨이 솟아있었다.
모든 것이 악몽 같은 이 생물은 효과적인 파괴를 위해 만들어진 듯 했으며, 특히나 안전할거라 착각해서 나무 꼭대기에라도 올라온 동물들은 끝장이었다.
“채찍이요!” 스트라이크가 외치며 음극선 총을 든 사람에게 돌아서서, 별안간 그를 붙잡더니 쿡쿡 찔러댔다. “채찍입니다! 그걸 줘버려요. 빨리!”
그 승무원은 미심쩍은 듯 명령을 즉각 철회해주기를 바라며 게리 칼라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서두르지 말아요. 저걸 살려두고 싶으니까. 런던에서는 저런 걸 본 사람이 없겠죠.”
그녀는 라이플을 가볍게 잡아들어 한 점을 향해 발사했다. 스트라이크는 그 기괴한 생물이 고통에 겨운 나머지 계속해서 쩌렁쩌렁 울리 소리로 짖어대는 것을 듣고 툴툴거렸다. 그것은 불타는 눈으로 조그만 지구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 탐욕스런 주둥이에서 50피트는 되어 보이는 면도날 같은 엄청난 혀가 튀어 나왔다. 마치 지구의 개미핥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은 게리 칼라일을 노리고 곧바로 날아들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스트라이크는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들어 붙잡고 넘어졌다. 덕분에 푹신한 바닥이 납작하게 뻗어버리고 말았다.
“몸을 공처럼 말아요” 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소리쳤다. “그럼 저게 혀를 쓰지 못할 겁니다.!”
게리가 스트라이크의 경고를 따르자마자, 다음번 채찍이 그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흩어지시오!” 그가 외쳤다. “그러지마….”
그러나 이미 늦었다. 배배 꼬인 고기 밧줄이 배로우를 덮쳤다. 그것은 머리를 스치면서 한쪽 귀를 잘라 내버렸다. 피가 쏟아져 나오자 부조종사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짐꾼들은 모든 방향을 날카롭게 경계하면서 안개 속의 피신처를 찾고 있었다. 중장비를 운반하던 사람은 그것을 버리기 위해 잠깐 멈추기도 했다. 그게 목숨의 대가였다. 곧고 흔들림 없는 굉장한 혀가 뱀처럼 바람을 가르며 튀어나와 한 남자를 휘감았다. 그는 즉시 이빨이 가득한 턱을 향해 발포했다.
그 친구는 발버둥 치며 절규했다. 소용이 없었다. 한쪽 팔마저 잡히고 만다. 그는 스스로를 지킬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에 놀란 동료들이 총으로 채찍을 노렸지만 바로 부셔지고 말았다. 끔찍하게도 칙칙한 배경과 대비되어 선명하고 공포스러워 보이는 선홍색의 물질이 사방에 흩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탐사대의 일원이 한 명 줄어 든 것이다.
구조의 가능성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살아남은 총잡이들은 그들의 치명적인 총을 늘어뜨린 채 사냥꾼이 괴물을 퇴치하기를 기다렸다.
희미한 딱딱거리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셋, 넷, 다섯.
게다가 채찍은 지진속의 탑이라도 된 듯 휘청대고 있었다. 그것은 비틀거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작은 반원을 그리듯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내 스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꼴사납게 바닥에 뻗어버렸다. 그러더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스트라이크는 게리의 손을 잡아서 스스로 서게 했다. 그는 눈썹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
“휴우! 완전 위기 일발이었어요!”
그 여자는 먼지를 털고 난 후 무역업자의 눈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씨, 앞으로 이 같은 진짜 위기상황이 닥치면 부디 기억해주세요. 우리 기본 법칙의 하나는 각자 스스로를 지키는 겁니다. 원론적으로 쓸데없는 노력을 하다가 두 명이 목숨을 잃는 것 보다는 한 명이라도 살리는 것이 더 유익하거든요. 더 이상 영웅흉내는 내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스트라이크는 얼굴을 붉혔다. 다정한 감사 인사를 기대하고 있을 때 고함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결국에 와서는 스트라이크도 화가 나서 냉랭하게 굴었다.
“당신 조수가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그가 딱딱거리며 채찍의 피투성이 주둥이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
“정 반대에요. 블레어를 잃은 것이 한스러워요. 그 사람은 숙련된 훌륭한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대체할 수 있어요.”
“큰일 날 여자로군요!” 스트라이크가 한탄했다. “당신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요. 당신의 친구가 고향과 가정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의 외계인에게 끔찍하게 죽었단 말이오. 게다가 당신….”
그는 갑자기 감정을 폭발 시킨 것이 부끄럽게 여겨져 말을 멈추고 말았다.
게리는 간단하게 답했다. “우리는 가족이 있는 사람과는 절대 계약하지 않아요.”
그러고는 스트라이크를 등지고 돌아서서 사무적인 어조로 채찍을 방주로 운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돌아서는 찰나의 순간에 스트라이크는 그녀의 눈에서 희미한 반짝임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게리 칼라일의 비인간적이고 냉혹한 모습이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남성들의 세계에 머물고 있었고 남자들의 언어로 말하고, 남자들의 도구를 사용했다.
남성 동료들과 계속해서 생활하다 보니 그녀의 삶은 그들의 생활 방식과 남자들과 만나 친분을 쌓는데 익숙해졌다. 명령을 내리고 존경받기 위해서는 타고난 매력이나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을 포기했다.
실제로 그녀는 그것들을 써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결과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여성적인 감성에 져버린다면, 그녀에 속한 남성들을 장악하는 힘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말하자면 궁지에 몰린 셈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여성성을 보이는 것을 용납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추측해낸 토미 스트라이크의 게리 칼라일을 향한 인상은 비호감에서 동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아마도 뭔가 누그러진 모양이었다. 눈물이 맺힌 것을 보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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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어색한 번역투는 최종 점검 이후에나 수정할 생각.
이 짧은 구간에 도대체 괴물이 몇 종류나 나오는 거야?!?!?
은근히 문장이 참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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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Arthur K. Barnes의 The Interplanetary Hunter 번역.
'행성 사냥꾼'으로 익숙한 작품입니다. 애매하긴 한데 그 이상가는 제목을 붙이기 힘들어서 그냥 그걸로 갑니다.
-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라 번역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 출판물이 나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그만둡니다.
- 번역이 완성되면 배포본을 만들 예정이니 이걸 퍼가지 맙시다. 불완전한 것이 돌아다니면 안됩니다.
온실의 세계
I장. 방주
100하고도 70시간을 질질 끌어온 습하고 더운 날이 돌아왔다. 유독한 생태계에서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걷히지 않는 안개의 고동과 스멀거리고 소용돌이치는 어둠, 기운 빠지게 하는 독기 속에서 지루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금성인 고객들을 상대하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20피트 정도의 죽마를 타고 폭신한 대지-미치도록 지루한-위를 안전하게 걸어다녔다.
지구인 대장인 토미 스트라이크는 수많은 악성 세균이 들끓는 금성의 대기(원문:온실)에서, 바늘처럼 뿌려지는 항균 샤워기의 밑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수건을 움켜쥐면서 밤에 쓰는 난방 시스템을 끄고, 그들을 더위에서 지켜주는 냉각 장치의 레버를 작동시켰다. 그리곤 외쳤다.
“로이! 일어나! 오늘은 엄청난 날이라고! 영국인이 온다! 사건이 일어났다고!”
스트라이크의 조수인 로이 랜섬은 깜짝 놀란 듯 눈을 비비며 잠을 쫓으려했다.
“영국인?” 그가 우물거렸다. “무슨 영국인?”
“게리 칼라일이라고! 위대한 칼라일이 오늘 온다고. 그의 선원들을 데리고 특별한 우주선을 타고 런던의 우주 동물원에서 곧바로 오고 있다고. 그 유명한 ‘생포의 명수 칼라일’의 금성 탐험의 안내자로 뽑히다니 우린 얼마나 행운아인가!”
랜섬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튼튼한 털북숭이 다리를 긁으며 샤워기 밑에서 걸어 나왔다.
“그게 어쨌다고?” 그는 물었다.
“너 칼라일 씨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스트라이크가 킬킬거렸다.
“그게 아냐. 난 항상 그의 소식을 듣고 싶어했어. 다른 행성에서 동물을 잡거나 그들을 살려서 런던의 동물원으로 바로 되돌아오는 이야기를 말야. 나는 내 일을 하고 싶어. 그렇지만 현기증 날 정도로 엄청난 명성을 지닌 녀석일수록, 사기꾼이기 쉽다고.”
그는 응접실 구석의 단파 라디오를 걷어찼다.
“태양에 너무 가깝게 다가갔다고, 우린 운이 좋았어. 지구에서 오는 프로그램이 방해전파도 받지 않다니. 게리 칼라일의 명성 때문인지 뭔 큰일이라도 난 듯 합니다. 게리 칼라일은 탐험 할 때 로덴의 비타 각설탕을 먹습니다. 게리 칼라일이 담배를 태우면 기분좋게 세균을 제거해주죠. 게리 칼라일이 마시는 피로회복제 알카라져. 퓌!”
“그리고 그가 모든 것을 가지고 영광과 함께 고향에 돌아갈 때, 우리는 축축한 행성에서 시골뜨기들이 입을 딱 벌리고 바라볼 만큼 기괴한 생물표본들을 자루에 넣기 위해, 구태의연하고 지겨운 일을 해야만 하지.”
토미 스트라이크는 사람 좋게 웃었다.
“넌 늘 짖지만 심하게 물지는 못하지, 로이. 넌 확실히 나만큼이나 지루함을 덜어줄 뭔가를 반기고 있어.” 그는 그의 얇은 고무로 만들어진 속옷과 바지 그리고 금성의 표면을 활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러운데가 있는 바닥이 넓은 부츠로 구성된, 낮 시간용 의상을 꺼냈다.
“에에?” 랜섬이 답했다.
“이번 방문으로 뭔가 변화가 생길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문제도 있겠지만. 토미, 말하자면 머리를 두 세 마리쯤 잡으러 온다는 거야—그건 헛짓이라고! 넌 이 모든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거야!”
스트라이크의 눈이 멍해졌다. 랜섬이 지적한 점은 사실이었다. 최초로 금성에 대규모 탐사대(세실 스탄호프)를 이끌고 온 탐사대장 시드니 머레이가 그들을 처음 발견한 이후로, 머리라 부르는 작고 기묘한 생물을 사냥하는 것이 성공한 일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린 그자가 떠날 준비를 마치거나 뭔가 재밌는 것을 찾아낼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어. 어쩌면 이유를 물을 수도 있겠지.”
랜섬은 말없이 콧방귀만 끼며 헛된 꿈에 대한 역겨움을 나타냈다.
“어쨌든”
스트라이크는 희망적인 면을 보기로 했다.
“어떤 소동이 일어나든 항상 며칠만 지나면 가라앉게 마련이야. 난 착륙장으로 가봐야겠어. 거의 다 온 것 같으니.”
토미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겁고 짙은데다 썩을 대로 썩어 역한 냄새를 피워내는 안개 속으로 걸어 나갔다. 지구인의 눈으로는 이 영원의 장막을 100피트 앞도 꿰뚫어 볼 수 없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 봤자 진흙 섞인 우유를 휘젓는 것과 같으니까. 스트라이크는 찌푸린 얼굴로 생각 없이 꽉 채운 파이프를 들어 불을 붙였다.
30초쯤 지났을까 대기가 가느다란 비명소리와 폭죽 소리로 꽉 차기 시작했다 엄청난 숫자의 폭죽 풍뎅이들이 그 단단한 몸체를 부셔져라 하고 기지의 금속성 벽에 들이박기 시작했다. 담배의 향에 이끌려 온 것이다. 스트라이크는 당황해서 허겁지겁 파이프를 덮어 꺼버렸다. 인간은 이 망할 놈의 행성에서 약간의 위안을 위해 담배를 피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자의 생명은 엄청난 속도를 지닌 소형 폭죽들에게 위협받게 될테니까.
그는 몇 걸음 옮겨서 어둠 속에서 거대한 금속 거인처럼 보이는 버려진 탄산 칼슘 탱크 뒤의, 안전한 기지 후방으로 후퇴했다. 그때 이곳과 멀어서 안전한 소규모 발착장에서 기지에 물품을 공급하는 함선이 착륙하고 있었다.
그 곳에는 수천의 조그마한 분사구들이 공중을 향해 뻣뻣하게 서있었고, 그것이 뿜어내는 엄청난 물의 줄기는 우주선의 조종사를 안개 속에서 수직터널로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새 망원경의 발명으로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된 장비였지만.
스트라이크는 수평으로 놓인 고대의 파이프 라인을 따라 신중하게 걸어 나갔다. 지구인은 곧 대기 속에서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는 예민한 청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반쯤 귀가 덮인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파열음을 들을 수 있었다. 우주선이 금성의 대기권으로 거침없이 뚫고 들어오는 소리였다.
이 신경 거슬리는 소음은 빠르게 정적 속으로 사라져갔다. 머지않아 자욱하게 둘러싸인 구름 속을 뚫고 오느라 사람 소리같이 들리는, 발착장이 열리는 금속성의 소음이 들렸다. 게리 칼라일과 동료들이 도착한 것이다.
그는 걸음을 빨리 해서 우주정거장의 입구로 진입했다. 그 앞에 펼쳐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나머지 두리번거리느라 멈추고 말았다. 게리 칼라일의 유명한 탐사선은 금속성으로 빛나는 엄청난 괴물과 같이, 땅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꼭대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중으로 뻗어있었다. 녹색 유리를 끼운 현창은 함선의 조명을 받아 기괴한 빛을 내며 낯선자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엄청난 우주선은, 항성계의 끝까지 여행할 수 있는 거대한 크기의 쾌속선이었다. 스트라이크는 이전에 그런 우주선을 본 일이 없었다. 그는 뱃머리에 새겨진 이름을 보고 웃고 말았다. [방주]
물론 방주에는 새로운 원심력 추진장치가 달려있었다. 원심장치가 가진 엄청난 힘은 수백만개의 작은 회전날개가 만들어내는 압축 공기의 돌풍에서 나온다. 거기서 만들어낸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공간을 빠른 속도로 가르고 날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제공한다. 방주의 장비 또한 항성계 내에서 유명했다.
칼라일은 행성 동물원의 후원을 받아 함선을 떠다니는 실험실로 개조했다. 구역을 나누어 생포한 표본이 살고 있던 행성의 자연 조건을 정확하게 복제한 곳에 정리해두었다. 함선내에는 새로 발명된 모든 과학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비 광선, 반중력 장치, 전파 망원경, 상인들 외에는 이름도 알지 못할 새로운 장비 10여가지 까지.
그의 상상은 제복을 잘 차려입은 남자가 미소띤 얼굴로 인사를 하며 접근하는 바람에 중단되고 말았다.
“당신이 스트라이크 씨인가요?” 그가 묻는다. “저는 방주의 부조종사 배로우라고 합니다. 만나서 굉장히 반갑군요. 게리 칼라일은 곧 만나게 될 겁니다. 우리는 즉시 일에 착수하고 싶어서 조바심을 내고 있어요.”
오늘은 토미 스트라이크에게 놀랄 일이 많은 날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충격은 그의 뒤편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우주선의 뱃머리에서 나타났다. 거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손을 내밀며 입으로 작지만 멋진 미소를 짓고 있는 이제껏 본적없는 미모의 여성이었다.
배로우가 말한다.
“스트라이크 씨, 이쪽이 칼라일 양입니다.”
그 상인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최근에 성형 수술이 발달해서 아름다운 여성이 적지 않다지만, 스트라이크의 미숙한 눈으로 보아도 그녀가 진짜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여기 있는 금발 여성의 머리는 합성이 아닌데다 외과의의 손이 닿지 않은 타고난 아름다운 곱슬머리에, 짙은 색의 눈은 총기로 빛나고, 입이 그린 곡선과 콧날의 모양은 그녀의 열정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자였다.
그러나 칼라일 양의 목소리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던 무역업자는 지구식 예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임시 고용주에게 불만이라도 있는 것 같군요. 스트라이크 씨, 제 어디가 문제인 겁니까?”
스트라이크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당황한 나머지 얼굴을 붉혔다. “어, 어. 아뇨.” 그는 말을 더듬었다.“그게, 당신이 여성이라서 놀란 겁니다. 나는 어, 우리는 남자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게 당신 정도 지위니까. 이런 직종은 거의 남자들이 잡고 있잖아요.”
부 조종사 배로우는 그 상인에게 게리 칼라일이 그 점에 민감하다는 점을 경고 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 젊은 여성은 자세를 바로하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해낸 일을 비슷하게라고 해낸 남성은 없습니다. 이름만 사냥꾼 수명이 있지요. 로저, 캠든, 포터 그런 사람들은 나와 같은 수준이 못되죠. 남자의 일이라고요? 내 걱정 할 필요는 없어요. 스트라이크 씨. 내가 남자들 못지 않게 이 행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스트라이크는 눈썹을 씰룩거렸다. 오만한 여성이었다. 게다가 끔찍할 만큼 자기 지위를 중시했고, 고집 세고 이기적이기까지 했다. 그녀를 좋아하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그 여자가 머리를 찾아내기를 원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한 두 개 정도는 쓰디쓴 교훈을 줄 것이다.
5분정도 소리치고 짐을 내리는 소란이 이어졌다. 게리 칼라일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재촉했다.
그런 다음 스트라이크는 교역 기지에서 소규모 탐사대를 이끌고 나와야 했다. 지금은 놀랍게도 칼라일 양이 그에게 잘 보이려 하고 있었다.
일단 그녀는 교역 기지에서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재밌는 일은 아닙니다.” 경영책임자의 말이었다. “대부분 우린 주저 앉아서 시간이나 죽이고 있지요. 카드 놀이를 한다든지 빈둥거리면서 고물 라디오나 듣는 거죠. 금성의 낮에는 몇 번 정도 원주민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약용 식물을 가져다줍니다. 가끔은 보석의 원석이나 다른 것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금성은 광물 자원이 매우 빈약하거든요. 여기서 구할 수 있는 돌 중 정말 가치가 있는 보석은 에메랄드 정도 입니다.”
“운송비용을 고려하면 약용 식물이 그렇게 돈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젊은이들에게 여기 있으라고 하는 것은 무덤에 갇히는 것과 같아요.” 그녀는 경멸스럽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거 꽤 괜찮은 돈 벌이요.” 스트라이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약품의 정제가 금성의 발전을 가져왔으니 충분한 가치가 있지요. 거기에 모험적인 면도 있지요.” 그는 비꼬는 미소를 지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금성에서 산다는 전율을 느끼기 위해 3년 계약을 합니다. 사전에 금성의 삶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허나 우리 하고 지겹게 짐을 싣다 보면 끔찍해요. 지구 시간으로 서너 달이 지나도 배하나 보기 힘드니까!”
“이 세상 그러니까 금성의 저건 뭐죠?”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주의를 돌리자 습한 토양을 뚫고 수천의 곰팡이가 솟아오른 광경이 보였다. 그것들은 마치 무덤을 뚫고 일어선 작고 창백한 인간의 시체와 같은 모습이었다.
무역업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전에는 저런 것을 본 일이 없었으니까. 그것은 지옥구석에서 전쟁과 파괴를 알리는 신호를 상기시켰다. 모든 생물이 주변에 적대적이고 심지어 식물조차도 독가시를 달고 꽃은 유독한 기체를 아무렇게나 뿜어내는 곳이었다.
“거의 곰팡이입니다.” 그가 답한다. “그것들은 놀랄만한 속도로 자라죠. 작은 생명체들은 여기선 거의 하루살이입니다.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것이 모두 170시간 안에 끝나야 하거든요. 자연스럽게 그것들의 한 살이는 빨라지지요. 몇 시간 안에 이 먼지 버섯들은 터져서 포자를 주변에 퍼뜨릴 겁니다. 이상한 광경이지요. 물론 긴 밤 동안 그 포자들은 휴면상태로 머뭅니다. 큰 생물들 대부분 극심한 추위를 피해 동면을 취하지요. 밤에 이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건 없어요. 밤이 되면 확실하게 잠드는 행성이지요.”
그녀는 코를 킁킁대며 금성의 신참이 알아둬야 할 것을 받아 적었다. 비록 겉보기에는 칙칙한 무채색이었지만 놀랄 만큼 다양한 냄새들이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달콤함, 날카로움, 사향 비슷한, 톡쏘는, 강렬한 그밖의 알지 못할 수많은 냄새들이 후각을 자극했다.
스트라이크가 설명했다. 지구의 꽃 피는 식물들은 곤충을 통해 수정하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 다른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 꽃잎이 화려한 색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금성에서는 어디를 가도 걷히지 않는 안개 덕분에 시각적인 호소는 무의미하므로, 식물들은 제각각 독특한 냄새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낸다. 따라서 갖가지 냄새를 뿜어내는 것이다.
계속해서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안내하는 일은 즐거웠다. 그것은 기지에 도착하는 그 짧은 구간을 지나는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는 그 여자가 별안간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았다.
그는 행성 사냥꾼 게리 칼라일의 경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금성에 오기 전이 이 곳에 대해 공부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이미 질문의 답들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그녀는 첫 만남 때 그의 눈썹에 가득했던 불만을 알아 차렸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녀가 구름의 행성에 머무는 짧은 시간동안 그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무역업자는 친근하게 굴 생각이었지만 그녀를 까다롭고 맘에 안 드는 여자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의 공격성이 그의 비위를 거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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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고 할 수 없으며 수많은 교정이 필요할 듯.
Arthur K. Barnes의 The Interplanetary Hunter
이거 예전에 하려다가 잠정 포기 상태로 뒀습니다. 행간을 160으로 설정하니 150페이지가 넘어요. A4로.
그러나 잡으니까 어찌어찌 30페이지는 했습니다. 하다보면 될 것도 같아서 시작합니다.
20여개의 chapter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하나로 합쳐진 것이나 두 권으로 나뉜것이나 챕터수는 일단 같더군요.
일주일에 한번꼴로 한챕터씩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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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슨의 단편 노인의 집 번역
※ Public domain이라 번역물의 저작권은 제가 가집니다. 원문의 저작권은 당연히 스티븐슨.
영어 원문 출처: http://www.authorama.com/fables-8.html
VIII. - The House of Eld.
By Robert Louis Stevenson(번역 茴香 aka RanaNorthwood)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자마자, 족쇄가 채워졌다. 그래서 남자아이고 여자아이고 죄수처럼 발을 절면서 놀았다.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나이에 견디기엔 가엾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뿐 만 아니라 다 자란 어른에게도,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그들의 발은 자주 아프고 껍질이 벗겨지곤 했다.
잭이 10살이 되던 무렵에, 수많은 낯선 사람들이 그 나라를 지나갔다. 그들이 먼 길을 가볍게 걷고 있는 모습은 그를 놀라게 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요.” 그는 물었다. “저 낯선 사람들은 정말 빨리 걷는 군요, 게다가 우리처럼 족쇄를 끌지도 않잖아요?”
“착한 아이야.” 전도사인 그의 삼촌이 말했다. “네 족쇄에 대해 불평하지 마라. 그게 없으면 행복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고, 존경할 면이라고는 하나 없는, 그릇된 삶을 살게 된다. 그들은 족쇄를 찬 우리와는 달라. 그래서 네게 말하는 건데, 그런 엄청나게 위험한 이야긴 하지 말자꾸나. 만약 네가 너의 쇠고랑에 대해 불평하게 된다면, 네겐 더 이상의 행운이 따르지 않을 거야. 만일 네가 그걸 벗어버린다면, 넌 그 즉시 벼락에 맞아 고통스러워하게 될 거다.”
“저 낯선 사람들은 벼락을 맞지 않나요?” 잭이 물었다.
“주피터도 야만인은 눈감아 주신 단다.” 전도사가 답했어요.
“제 말은, 차라리 좀 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잭이 말했다. “야만인으로 태어났다면, 난 지금 자유로울 테니까요. 쇠사슬도 안 달아도 되고 껍질이 벗겨진 상처도 없을 테니까요.”
“아!” 삼촌이 울부짖었다. “이교도들을 부러워 하지마라! 그들은 비참한 자들이야! 아, 가엾은 영혼들, 만약에 그들이 족쇄를 차는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가엾은 영혼들, 난 마음 속 깊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있단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비열하고, 불쾌하고, 건방지며, 좋지 못한데다가 악취가 나는 짐승 같은 자들로 진짜 인간이라 할 수 없단다. 족쇄를 차지 않은 사람이라니? 그러니 넌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상세히 파고들지 마라.”
이런 대화가 있은 후, 아이들은 족쇄를 차지 않은 사람들이 길을 지나가면 침을 뱉고 욕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이들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가 15세가 되던 해 어느 날 우연히 숲에 들어갔을 때에도 피부가 벗겨진 곳은 그를 아프게 했다. 푸른 하늘에 화창한 날씨였다. 모든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지만 잭은 발을 치료해야 했다. 이윽고 또 다른 노랫소리가 시작되었다. 그 소리는 사람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같았다. 그와 동시에 땅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렸다. 잭이 수풀을 헤치고 보니 푸른 골짜기에서 마을 젊은이들이 펄쩍거리며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쇠고랑이 벗겨진 체 뒹굴고 있었다.
“오!” 잭이 외쳤다. “너희들 족쇄를 벗어 버렸구나!”
“부디 너희 삼촌에게 이르지 말아줘!” 젊은이들이 외쳤다.
“우리 삼촌이 두렵다면,” 잭이 답했다. “왜 벼락은 두려워하지 않아?”
“그건 노파들이나 믿는 이야기야.” 다른 애들이 말했다. “그건 애들한테나 통하는 이야기야. 우리가 여러 번 이곳에 와서 숲 한가운데서 밤새 함께 춤추어도 아무런 나쁜 일도 생기지 않았어.”
이 일은 잭에게 수천가지 의문을 던져주었다. 그는 우울한 젊은이였다. 그는 춤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족쇄를 참고 견뎌왔으며 헐은 상처에 대한 불만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만당하거나 속는 걸 즐기진 않았다. 그는 해질 무렵에 길모퉁이의 으슥한 곳에서 이교도 여행자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눈에 띄지 않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길가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꺼이 질문에 응해주었으며 엄청난 사실을 말해주었다. 족쇄를 차는 것(그들이 말하기를)은 주피터가 명령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노인의 숲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 하얀 얼굴의 마법사가 꾸며낸 것이었다. 그는 글라우커스처럼 겉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모습을 바꾸어도 변치 않는 점은 짜증을 내면 칠면조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것뿐이었다. 그 자에겐 세 개의 목숨이 있지만 그 세 번째를 쓰러뜨리면 그 자도 참말로 끝장나고, 그 마법이 풀려 족쇄가 풀리게 된 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마을 사람들은 손을 들고 어린이들처럼 춤추게 되겠지.
“그럼 당신네 나라는요?” 잭이 물었다.
그러나 이 여행자들은 합심해서 잭을 밀어냈다. 잭은 전적으로 행복한 세상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런 곳이 있다면 가족들을 데리고 가서 살고 싶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족쇄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아이들이 절뚝거리며 걷는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족쇄에 매여서 헐어버린 상처에 신음하는 모습이 자꾸만 어른 거렸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사하겠다고 결심했다.
마을에는 불카누스의 모루로 만들었다는 검의 모조품이 있었다. 그것은 사용한 적이 없는 검으로 사원 안에 그저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전도사의 굴뚝에 못박혀있었다. 어느 이른 밤에 잭은 일어나서 검을 가지고 집밖을 나와 어둑어둑한 마을을 걸어 나갔다.
그는 밤새도록 되는 대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날이 샐 무렵 노상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노인의 숲과 마법사의 집에 관해 물었다. 한 사람은 북쪽을 말했고 다른 사람은 남쪽을 말했다. 잭은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지나가다가 만나는 아무 사람에게나 물었다. 검 집에서 빛나는 검을 뽑아들고서. 그러자 남자의 족쇄가 달랑거리며 대신 답했다. 그게 말하기를 그대로 쭉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족쇄가 말할 때 잭을 욕하고 밀쳤다. 게다가 지나가는데 돌까지 던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잭은 머리를 다치고 말았다.
그가 숲에 진입하자 저지대에 있는 집이 보였다. 버섯들이 자라나고 나무들이 빽빽한 그곳의 습지에서는 연기처럼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멋진 집이었다. 게다가 매우 거대했다. 그중 일부분은 예전에 쌓아올린 흙더미 같았지만 다른 부분은 새로 쌓아 올린 것 같았다. 다 완성된 집이 아니었다. 모든 부분이 개방되어 있었기에 당신도 하고자만 한다면 어느 쪽으로든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안쪽은 멀쩡한 모양인지 모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잭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방과 방이 이어져 있었다. 살풍경한 방이었지만 가구가 모두 갖추어진 상태였기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방마다 불이 피워져 있어서 그곳에 들린 사람이 몸을 녹일 수 있었다. 테이블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잭은 어디에도 살아있는 생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직 물건들뿐이었다.
“대접이 좋은 집이군.” 잭이 말했다. “하지만 바닥은 진창으로 된 것 같아. 걸을 때 마다 건물이 흔들리는 군.”
집에서 얼마간 시간을 보내자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음식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검을 뽑아서 그 빛에 비춰보니 진짜 음식 같았다. 이에 용기를 내어 앉아서 음식을 먹었다. 그러니까 마음과 몸의 힘이 되살아났다.
“이것 참 이상하군.” 그는 생각했다.“마법에 걸린 집에 몸에 좋은 음식이 다 있다니.”
그가 먹고 있을 때, 삼촌이 방으로 들어왔다. 잭은 검을 훔친 일 때문에 두려워졌다. 그러나 삼촌은 전에 없이 친절했다. 그리고 같이 앉아서 고기를 먹었다. 그러더니 검을 가지고 나온 일을 칭찬했다. 전에 함께 했을 때는 이처럼 즐거웠던 일이 없었다. 잭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그것 참 잘했구나.” 삼촌이 말했다. “검을 가지고 혼자서 노인의 집으로 오다니. 훌륭한 생각이며 용감한 행동이구나. 그러니 이젠 만족했겠지. 자 함께 집에 돌아가서 사이좋게 저녁이나 먹자꾸나.”
“이것 참, 안 돼요!” 잭이 말했다. “나는 아직 만족할 수 없어요.”
“어째서!” 삼촌이 외쳤다. “따뜻한 불도 쬐었잖니? 음식이 성에 차지 않니?”
“음식이 몸에 좋다는 건 알겠어요.” 잭이 말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오른발에다 족쇄를 차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러자 삼촌이 칠면조처럼 부풀어 올랐다.
“주피터 신이시여!” 잭이 외쳤다. “이게 마법사 아닌가요?”
팔을 들어 올렸지만 심장이 떨려서 사랑하는 삼촌을 찌르지 못했다. 하지만 검을 들어 올려 머리 위를 힘껏 내리쳤다. 그랬더니 삼촌은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거기서 작고 핏기 없는 하얀 것이 방을 따라 달아나버렸다.
울음소리가 잭의 귓가에 울리고, 무릎이 덜덜 떨렸다. 그의 양심이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마술사의 피를 보고 싶은 욕망이 뼈에 사무쳤다. “족쇄가 풀리고 나면,” 그가 말했다. “이 모든 일이 지나가면 집에 돌아가면 삼촌이 춤추고 있을 거야.”
그래서 그는 핏기 없는 것을 뒤쫓아 갔다. 가다보니 아버지가 나타났다. 아버지는 몹시 화를 내며 그가 한 일을 비난했다. 그리고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집에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지금 가면 해떨어지기 전에 집에 갈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을 용서해주마.”
“누가 알겠어요.” 잭이 말했다. “제가 아버지께서 화내는 것을 무서워 한다는 걸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화를 내시더라도, 사람들이 오른발에 족쇄를 차고 다녀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칠면조처럼 부풀어 올랐다.
“세상에나.” 잭이 외쳤다. “또 마법사야!”
온몸의 피가 거꾸로 역류하고 관절은 그의 의지와 반대로 움직였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찌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검을 들어 심장을 겨냥해 찔러 넣었다. 아버지는 커다란 소리로 울부짖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또 핏기 없는 하얀 것이 방에서 도망쳐나갔다.
울음소리가 잭의 귓가에 맴돌았고 마음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분노가 솟아올랐다.“무슨 짓을 한 건지 생각하기조차 싫다.” 그가 말했다. “이 지긋지긋한 일을 끝내야 해.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가면 이게 꿈이길 바라며 신께 기도할 거야. 그리고 나면 아버지가 춤추는 것을 보게 되겠지.”
그래서 그는 달아나버린 핏기 없는 것을 쫓아갔다. 그러다가 어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니?” 그녀가 울부짖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냔 말이야? 오, 집에 가자(잠잘 시간까지는 도착할 거다) 더 이상 나와 나에 속한 것을 해치지 말아주렴. 내 동생과 네 아버지를 죽인 것으로 충분하단다.”
“사랑하는 어머니, 제가 죽인 건 그들이 아닙니다.” 잭이 말했다. “그것들은 마술사가 모습을 흉내 낸 겁니다. 또 그렇다 해도 사람들이 오른발에 족쇄를 차고 다녀야할 이유는 없어요.”
이번에도 칠면조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도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검을 한 방향으로 휘둘렀고 한복판을 갈라버렸다. 그러자 어머니가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이 쓰러지자 집은 사라지고 잭은 숲 한가운데 혼자 서있었다. 마침내 다리의 족쇄가 풀렸다.
“좋아.” 그는 중얼거렸다. “마술사는 이제 죽었다. 그러니 족쇄가 풀린 거야.” 그러나 울음소리가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에게는 낮이 밤처럼 느껴졌다. “이것 참 끔찍한 일이었어.” 그가 말했다. “숲 밖으로 나가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베푼 선행이 보일 거야.”
족쇄를 버려두고 가려다가 다른 생각이 들어 되돌아왔다. 그리고 몸을 굽혀 족쇄를 주워서 품속에 넣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거친 강철에 쓸려서 생긴 가슴의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가 숲의 입구를 지나 대로로 나오자마자, 들판에서 돌아오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그 사람들의 오른발에는 족쇄가 없었다. 그러나 보고 말았다! 그들은 왼쪽에 족쇄를 차고 있었다. 잭은 그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들이 답했다. “이게 신식이라고. 전에 것은 미신이었거든.”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더니 왼쪽 발목에 새로운 상처자국이 생겨있었다. 오른 발목의 예전 상처도 채 아물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신이 계시다면 나를 용서하소서!” 잭은 울부짖었다. “집에나 있는 편이 좋았을 것을.”
그러다 집에 도착했더니, 삼촌은 머리가 갈라진 채 누워있고, 아버지는 심장이 뚫려 있고, 어머나는 반 동강이 나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적막한 집에 앉아 시신을 옆에 두고 눈물을 흘렸다.
도덕
늙은 나무의 과실은 훌륭하다네,
아주 오래된 튼튼한 나무.
나뭇꾼이여 굳건한 용기가 있는가?
조심하라! 그 뿌리가 감쌀 것이다
네 어미의 심장과 네 아비의 뼈를
그리고 맨드레이크처럼 신음하리라
Moral.
Old is the tree and the fruit good,
Very old and thick the wood.
Woodman, is your courage stout?
Beware! the root is wrapped about
Your mother's heart, your father's bones;
And like the mandrake comes with gro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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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시하고 미묘하게 어긋난 내용이 백미.
다른 사람을 해방시킨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 자신을 해방 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면이 많은 작품.
예전에 평범사에서 나온 중역판으로 봤는데 중역인 점이 아쉬워서 직역해봤습니다.
번역 실력이 모자란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며.
좀더 폐쇄적인 곳에 올리고 있었는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보기 위해 올립니다.
요즘은 뷰어가 많이 나오니 그냥 한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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